7월의 절반이 지나갔다. 어제는 선행연구를 (원고지 기준) 25매 정도 썼는데, 읽은 내용은 그보다 많은데 왜 진도가 나가질 않는 것인지 고민하다가 글의 서두 구조 자체를 잘못 잡아서 그런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걸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6시간 가까이 작업한 상태여서 더 욕심내지 않고 오늘 챙겨야하는 자료들 리스트를 꾸린 후에 첫 운동을 하러 갔다. 

 

킥복싱을 배우는 것은 처음이다. 글러브도 샌드백도 낯설다. 무엇보다 '위험'으로 감지되는 것이 '공격'이라는 것은 더욱 낯설다. 그동안 해왔던 스포츠들에게서 대체로 위험으로 인지되는 1순위는 '부상'이었다. 예를 들면 스노우보드를 타다가 넘어질 때 엉덩이 쪽으로 넘어져서 머리를 보호한다거나, 프리 다이빙을 할 때 내려가는 숨에 가진 숨을 다 써서는 안된다는 것, 해류에 휘말리거나 응급 상황에서 도와줄 버디와 함께 다이빙을 한다거나, 스케이트 보드를 탈 때 넘어지면 무릎이나 팔꿈치, 손바닥이 땅에 쓸리지 않도록 보호장비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거나.

 

그런데 어제 첫 수업이라 복싱의 가장 기초적인 자세를 배울 때, 자세를 교정해주시면서 관장님이 말했다. "지금 자세는 얼굴이 공격에 완전히 노출됩니다. 아주 위험해요." 스포츠를 하면서 '부상' 때문이 아니라 '공격'이 가장 위험하다고 지도를 받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실내에서 하는 스포츠니까 야외스포츠보다 더 위험한 부상에 노출될 가능성은 낮다. 더 위험한 것은 상대의 공격이다. 배운대로 정자세를 취한 상태로 정면의 거울을 보니 글러브를 낀 양쪽 주먹 위로 내 눈만 빼꼼히 보였다. 내 주먹 뒤로 내가 숨는 느낌이라니. 역시 낯설다.

 

의외로 다른 동작들은 기존에 배웠던 스포츠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 어떤 스포츠든 무릎과 허리 어깨가 함께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 수업 내내 땀을 정말 많이 흘렸다. 얼굴에서 난 땀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내가 다니는 곳은 간단한 헬스기구들도 있어서 추가적으로 더 운동할 수 있었지만 처음 상담을 받았을 때 하루 체력의 매번 최고치를 다 채우려고 하지말고 운동 나오는 빈도를 올리는 것에 더 집중하자고 하셔서 수업만 받고 나왔다. 샤워하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문득 한달에 두번 정도는 일일 수영을 추가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제는 늦게까지 잠들지 못하고 많이 뒤척이느라 필요시 약을 너무 많이 먹었다. 그러면서도 깊이 잠들진 못해서 계속 뒤척였고 잠을 잘 못 자서 그런지 아침에 일어나서도 두통이 남아있었다. 근육통은 전혀 없다. 어제 운동량은 무리한 상태는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잠을 왜 이렇게 못 잤지. 출근해서 커피를 마시며 일기를 쓴다. 오늘은 어제 쓰다만 부분부터 이어서 쓰고, 7월 말에 있을 발표를 준비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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