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수요일에 왔어야 했는데 목요일에 온 것을 깨닫고) 무슨 일이죠?

나: 집에서 논문만 보다보니 요일을 잊어버렸어요. 

샘: 그럼 어제는?

나: 급하게 다른 병원 가서 같은 약으로 하루치 받아왔어요. 그런데, 선생님.

샘: 네, 말씀하세요.

나: 제 취침약에 항우울제가 두개더라구요? 

샘: 음.. 이걸 두개라고 해야 할지, 하나라고 해야할지. 둘다 항우울제 계열인데 기능이 좀 달라요.

나: 혹시 하나 줄이면 영향이 클까요?

샘: 왜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나: 그냥 어제 갔던 다른 병원에서, 하루 정도는 항우울제를 안 먹는다고 큰 영향이 없다고 하셔서. 오래 먹었으니까 좀 줄여도 되지 않을까 해서요.

샘: 요즘 불안은 어때요?

나: 사실 요즘 불안보다 무기력이 더 강해요. 아주 작은 자극도 일부러 피하게 되고, 예전에는 자극을 쫓아다녔다면 지금은 과도할 정도로 작은 자극에도 방어적인 상태가 됐어요. 그래서 더 가라앉는 것 같기도 하고요.

샘: 잠은요?

나: 제가 미밴드를 매일 착용하고 자는데, 누워있는 시간은 하루에 10시간은 누워있어요. 그런데 실제 수면 시간은 6시간 정도가 평균이고, 여기서 또 램수면/얕은수면/깊은수면 이렇게 나뉘는데, 깊은 수면은 오래 자면 1시간, 짧을 때는 10분 정도에요. 자주 깨고 꿈이라는 걸 인식한 상태에서 꿈꾸는 시간이 길어요. 그런데 이것도 약 먹기 전에 비하면 엄청 오래 자는 거긴 해요.

샘: 사실 수면은 타고나는 부분이 강한데, 이렇게 잘 못자는 사람이 약으로 완전히 푹 자는 사람으로 180도 변하기는 어려워요. 보완해주는 정도죠.

나: 저도 이 정도만 자도 만족해요. 그리고 제가 잠을 잘 잤다, 아니다 평가하는 기준은 낮에 작업할 때 영향을 주느냐 아니냐 거든요?

샘: 맞아요, 그렇게 평가해야 해요.

나: 깊은 수면이 10분이라더라도 오후에 작업 영향만 안 주면 크게 신경쓰지 않으려고요. 그래서 이런 기준으로 보면 잠은 만족스럽게 자요.

샘: 사실 항우울제부터 줄이는게 아니라 수면제를 줄여야 하는데...

나: 그런데 선생님, 약 먹고 잠들기 직전에 단거 찾는 부작용은 어떤 약 때문에 그래요?

샘: 수면제가 제일 크죠. 항우울제 전반에도 그런 영향이 있고. 어쨌든 취침약이 전체적으로 충동을 억누르는 기능을 하거든요? 그런데 그걸 억누르는 만큼 그에 비례해서 다른 방식으로 충동이 나오는데 그게 단걸 찾는 거에요. 심지어 기억이 없는 상태일 경우도 잦고.

나: 제가 며칠 전에 외투도 안 입고 덜덜 떨면서 약에 취해서 근처 가게에 가서 초코 아이스크림을 사왔더라고요. 집에 돌아와선 3분의 1을 먹고 잠들었는데, 다음날 낮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니까 너무 달아서 속이 메슥거릴 정도인거에요. 그런데 약에 취하면 이게 그 정도로 달게 느껴지질 않거든요? 정확히 어떤 약 때문에 이런 차이가 생기는지 궁금해요.

샘: 지금 먹는 약 대부분이 원인일 수 있어요. 

나: 그러면 항우울제를 조금 줄여볼 수 있을까요?

샘: 순서가 좀 .. 바뀌었기는 한데, 뭐 조금이니까 그래보죠. 

나: 네, 감사합니다.

샘: 다음주에는 언제 올 거에요?

나: 수요일이요.

샘: 요일 안 잊어버리고 시간 맞출 수 있겠어요?

나: ㅎㅎ 해볼게요.

샘: 그래요, 그럼 이번 주는 6일치만 드리죠. 조금 줄였으니 어떤지 잘 살펴봐요.

나: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단지 오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년 7월 17일 월요일  (0) 2023.07.17
2023년 7월 15일 토요일  (0) 2023.07.15
2023년 7월 14일 금요일  (0) 2023.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