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장은정)

 

처음에 요청 받은 것은 40매짜리 원고 청탁이었다. 쓰고 싶은 것들은 언제나 차고 넘치므로 40매 정도야 금방 써내려갈 수 있을 테지만, 다른 문학잡지들에서 청탁을 받았을 때 쓰는 글들을 그대로 《모티프》에 싣는다는 것이 부적합하게 느껴졌다. 어째서일까? 

고백하자면 나는 평소 모티프의 방향에 대해 공감하지 못했던 독자였다. 내가 하려는/해야 한다고 여기는 문학과 《모티프》가 하고 있는 문학은 달랐던 것인데, 평소라면 ‘뭐 각자 믿는 대로 다르게 사는 거지’라고 생각하고 그저 내 글을 썼을 텐데 이번에는 그게 잘 안됐다. 왜일까?

지금 문학장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문학들이 생겨나고 있는 중이다. 표절 사태, 문학출판계 성폭력 말하기 운동, 미투 운동을 통과하면서 기존의 문학에 대한 합의된 내용들이 깨져나가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각자의 문학들이 형성되고 있다. 지금의 비평은 자신의 입장을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완성도 있게 내어놓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과 다른 입장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비평의 중심으로 삼으면서 독자들이 이 간극에 참여할 수 있는 글쓰기를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말하는 이의 이야기들을 경청하되 때로는 문제를 제기하고 논쟁하기도 하는 인터뷰가 가능하다면, 이 역시 비평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게 본질적으로 비평이란 대화다. 누구와 대화할 것인가? 우선 나는 《모티프》와 대화하고 싶었다. 이 '인터뷰-비평'을 읽는 당신과도 이어서 대화하고 싶다. 

 

 

 

첫 번째 모티프, 유수연

_벌써 1, 처음이라 그래 며칠 뒤엔 괜찮아져

  

장은정 : 현실적인 질문부터 해보자. 처음 잡지 만드는 돈은 어디서 난건가.
유수연 : 등록금, 여행 적금, 주식 판매금.
장은정 : 그렇게까지 만들고 싶었나?
유수연 : 본전은 뽑을 줄 알았다. 아니면 유명해지거나.
장은정 : 그래서 초기 투자금이 얼마였나?
유수연 : 스파크 한 대. 
장은정 : 미안한데, 스파크 얼만지 모른다.
유수연 : 노 옵션, 천만원 정도다.
장은정 : 그럼 2호는?
유수연 : 1호랑 합쳐서 소나타. 
장은정 : 이럴 수가.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보나? 
유수연 : 갑자기?
장은정 : 그럼 3호는?
유수연 : 그건 나랏돈으로 하려고 했다.
장은정 : 잘 안 된 거 봤다. 
유수연 : 신규 문예지 파트가 신설됐기에 이번엔 될 줄 알았다.  
장은정 : 악스트랑 릿터가 받았던데?
유수연 : 축하한다.
장은정 : 심사평이 뭐였더라?
유수연 : "신규 문예지 및 독립 문예지의 경우, 참신성과 함께 지속성에 대해서도 고민하며 신중하게 선정하려고 했다." (↘링크)
장은정 : 심사 결과가 납득이 됐나?
유수연 : 안 됐다. 
장은정 : 선정된 잡지들이 더 참신했다고 보나?
유수연 : 심사위원들이 생각하는 참신성의 기준이 심사평에서 제시되었어야 한다고 본다.
장은정 : 지속성에 대해서는 어떤가?
유수연 : 신규 문예지 파트에서 ‘지속성’을 심사 기준으로 삼는다는 게 부적절했다고 본다. 
장은정 : 그 이유는?
유수연 : 선정 결과를 보면 결국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매체만이 지원 대상이 되었다.
장은정 : 그렇게 되면, 자본력을 갖추지 못한 매체는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구조에 일조하겠다.
유수연 : 그렇다. 연예계로 따지면 대형 기획사에 나랏돈을 붓는 꼴이 아닌가?
장은정 : 대형 출판사 입장에서는 대형 기획사에 비교하면 억울할 것 같다. 
유수연 : 영리 기업의 입장에서는 그럴 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영리 바깥의 영역이다.
장은정 : 좀 더 자세히 말해 달라.
유수연 : 정부에서 문학이라는 예술을 존속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질문하고 싶다.
장은정 : 공공기관이 우선 예술의 가치를 모르는 것 같다.
유수연 : 모르는 게 아니라, 알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돈 나올 구멍에 돈을 붓는 것이 아니라, 돈이 안 되더라도 남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장은정 : 공공기관이 예술에 대한 철학이 없다는 것에 동의한다.
유수연 : 현재 사업은 굵은 가지만 두고 잔가지를 모두 잘라버리는 것이다. 을지로에서 을지면옥만 남기는 것과 뭐가 다른가?
장은정 : 공공기관이 기여해야 하는 문학출판계 생태계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유수연 : 공공 자금은 ‘가위’가 아니라 ‘영양제’의 역할 아닌가? 생태계 자체를 더 풍부하게 만드는 것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은정 : 자본력을 가진 매체만 지원하는 것이 을지로를 밀어버리고 고층빌딩을 세우는 것과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유수연 : 신규문예지(창간3년 이내) 항목에서 ‘독립잡지’(가 대체 뭘까?)라고 할 만한 잡지가 하나도 선정되지 않았다는 것이 예술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장은정 : 그럼 당장 3호는 어떻게 만들 계획인가? 
유수연 : 항상 해왔던 대로 텀블벅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장은정 : 목표 금액은?
유수연 : 다시, 스파크 한 대.
장은정 : 그럼 한 호를 낼 때마다 스파크 한 대씩 들어가는 건데, 아니? 그렇게까지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솔직히 모르겠다. 
유수연 : 그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두 번째 모티프, 이리
_나를 묶고 가둔다면

 

장은정 : 소나타 한 대를 이미 보냈는데도 3호를 준비 중이다. 솔직히 왜 계속 하는지 모르겠다.
이리 : 그러게.
장은정 : 그런데도 계속하고 있지 않나?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이리 : 한 권 쯤은 이런 게 있었으면 했다. 문학만 실려 있지 않는 문학잡지를 읽고 싶다는 생각은 다들 한번쯤 하지 않나? 
장은정 : 난 한 번도 한 적 없는데?
이리 : 한 적이 없다고? 이전 문학잡지들에 만족했어?
장은정 : 음. 내가 대학생 시절에 읽었던 문예지는 지루한 수업에 대한 유일한 보상이었다.
이리 : 충격적이다. 뭐라고? 유일하다고?
장은정 : 당시 작품 속에서 내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었던 작가들은 모두 신인이었고, 이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는 오로지 문예지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다. 당신은 어떤가? 
이리 : 월세를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문학잡지에서는 내 이야기를 찾을 수 없었다.
장은정 : 그럼 문예지를 아예 안 읽었나? 
이리 : 읽기는 했다. 전공 수업 자료였다.
장은정 : 그럼 뭐가 재미있었나?
이리 : SNS와 낭독회. 어디서나 좋아하는 작가들을 직접 만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데 왜 읽기만 해야 되지?
장은정 : 아, 내가 학교를 다닐 때는 오로지 문예지뿐이었다.
이리 : 주어진 선택지의 개수가 ‘재미’의 감각을 다르게 만드는 것 같다.
장은정 : 그런데 재미에도 유통기한이 있지 않나?
이리 : 그렇다. 낭독회도 점점 재미가 없어졌다. 작가가 직접 작품을 읽거나, 작품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려주거나, 독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 반복되는 것이 답답했다.
장은정 : 이 지점은 바로 공감이 간다. 그럼 이후엔 뭐가 재밌게 느껴졌나?
이리 : 문학이 아닌 예술 장르에서 여는 행사들과 비교했을 때, 접근법이 한정되어 있지 않았다.
장은정 : 동의한다. 얼마 전 홍대우와페스티벌의 기획 중에 세탁소에서 디제잉을 하는 것을 보고 접근법에 놀랐다. 공연은 공연장에서 한다는 발상을 버리고, 장소의 고정된 기능 자체를 다르게 변주하면서 관객을 모았다. 공연 도중에도 세탁소 영업을 하고 있어서 세탁물을 맡기러 오는 사람들이 어리둥절해하는 것까지 공연의 일부였다. 이에 비하면 문학 행사들은 왜 이렇게 다 비슷할까? 
이리 : 문학에 대한 기존의 엄숙한 태도가 새로운 상상들을 가로막는 것 같다. 특히 기존의 문학 독자들만을 대상으로 기획하는 것 같다. ‘독자들과의 대화’라는 코너만 봐도 그렇다. 실제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작가뿐이다. 독자는 질문 이외엔 말할 수 없다.
장은정 : 모티프는 뭐가 다른가?
이리 : 우리가 그리는 작가는 독자의 자리이기도 하다. 패션이 그 교차점이 되리라 생각했다. 
장은정 : 사실 이게 제일 궁금했다. 대체 문학이 패션과 무슨 관계인가? 그거 너무 개인적인 취향 아닌가? 
이리 : 패션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다. 옷 안 입는 사람도 있나?
장은정 : 패션이 보편적이라서 가져다 붙였다는 건가?
이리 : 그렇다. 책 안 읽는 사람은 없어도 옷을 안 입는 사람은 없다. 패션이라는 수단을 통해 책을 만나볼 수 있는 계기를 더 많이 만들고 싶었다.
장은정 : 패션만이 보편적인 것은 아니지 않나? 의식주 중에 왜 ‘의’였나?
이리 : 의식주 중에 가장 개인을 ‘표현’하는 가장 직관적인 수단이라고 본다. 
장은정 : 옷의 기능적 측면 이외에는 관심이 없는 이들은 대상 독자가 아닌가?
이리 : 패션은 단순히 뭘 ‘걸치고’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패션 트렌드는 시대적 상징성을 가진다.
장은정 : 패션의 ‘재정의’를 의도했다는 말인가?
이리 :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문학도 ‘패셔너블’한 예술이 되었으면 한다.
장은정 : 사실 나는 처음 모티프를 접했을 때, 작가를 ‘스타화’시키는 것이 아닌지 불편했다. 이때 독자는 어디에 있는가?
이리 : 그동안의 문예지가 작가에게 부여하는 권위와 모티프가 작가를 그리는 방식은 다르다고 본다.
장은정 : 뭐가 다른데?
이리 : 그건 이유수가 말해줄 거다. 

 

 

 

세 번째 모티프, 이유수
_모티프에만 있는 것; 디렉팅

장은정 : 왜 이유수가 말해준다고 하는 거지?
이유수 : 작가와 작품을 시각화하는 작업이 모티프의 핵심이다. 현재 모티프에서 포토 디렉팅을 맡고 있다.
장은정 : 사진이나 영상, 그림 등 방법은 다양할 텐데, 시각화의 수단으로 사진을 선택한 이유는?
이유수 : 가상으로 구현된 세계가 그림에 비해서 더욱 실제처럼 경험되는 매체다.
장은정 : 그건 모든 예술의 공통점 아닌가? 사진만의 특수성이 뭔가?
이유수 : 일단 종이잡지의 형식이므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한정되어 있었다. 그림이 아니라 사진이어야만 했던 것은 ‘그려진’ 것과 ‘찍힌’ 것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사진이 우리의 문학을 보여주기에 더 적합했다. 우리의 문학을 보여주기에 사진이 더 적합했다.
장은정 : 사진 중에서도 패션화보를 택한 이유는 뭔가?
이유수 : 만일 그림이나 예술이라면 작가에게 모두 일임해야 하지만, 패션화보의 경우엔 우리가 직접 모델을 선정하고, 옷을 입히고, 구도와 배경을 연출을 주도할 수 있다.
장은정 : 그렇다면 모티프의 패션화보란 작가와 문학작품에 대한 독자-해석자의 위치라고 볼 수 있을까?
이유수 : 그렇다. 동시에 기획자이기도 하고, 이 모든 것이 ‘디렉팅’으로 말할 수 있을 듯 하다.
장은정 : 사실 생소한 말이다. 정확히 어떤 디렉팅을 했나?
이유수 : 모티프의 시각화는 두 가지 챕터로 대표된다. 1)작품을 해석해서 화보로 보여주는 것과 2)작가가 자신이 쓴 작품의 주인공이 되어 연출하는 화보다.
장은정 : 1)그럼 전자부터 이야기해보자. 시보다 화보가 먼저 나오면 시에 대한 다양한 독해를 오히려 가로막는 것 아닌가?
이유수 : 왜?
장은정 : 예를 들어 문보영의 「그림책의 두 가지 색」에서는 두 가지 색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그런데 모티프는 주황색과 보라색으로 구체화시켰다. 이로 인해 다른 색의 상상을 가로막은 것 아닌가?
이유수 :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상정한 독자는 그런 상상에 익숙치 않은 이들이다.
장은정 : 그 독자도 모티프가 상정한 허상일 수도 있지 않나?
이유수 : 문학이라곤 국어 과목이 전부였던 사람들을 독자로 상정하면서 이것이 허상이 아닐까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1~2호를 내면서 허상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했다. 모티프가 상정한 독자군은 두 종류다. 시와 사진이 함께 담긴 페이지를 펼쳤을 때, 시부터 읽는 독자와 사진부터 보는 독자. 당신은 전자고, 내가 말하는 것은 후자다.
장은정 : 후자의 독자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는데?
이유수 : 처음 모티프를 보고 이게 무슨 책이냐고 묻지 않고 이 모델이 누구냐고 물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을 다시 만났을 땐 어째서 주황색과 보라색을 골랐는지 질문한 적이 있다.  이것은 사진부터 보는 사람이 시를 읽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장은정 : 모티프가 시의 독자를 발명했다는 건가?
이유수 : 그렇다. 이번엔 내가 묻고 싶다. 우리의 화보가 시에 대한 상상을 가로막는다고 했는데, 그거 너무 독자를 무시하는 것 아닌가? 
장은정 : 무슨 뜻이지?
이유수 : 우리가 주황색과 보라색으로 특정했다고 해서 시를 읽는 사람들이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국 후자의 독자가 당신과 같은 질문을 한 셈이 아닌가? 
장은정 : 정당한 비판이다. 잡지의 컨텐츠에서 독자로 가는 방향만을 고려하고, 독자의 편에서 역으로 잡지로 질문하는 방향까지는 고려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유수 : 결국 우리가 주황색과 보라색을 고름으로써 해석이 다른 독자들과 시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고 본다.
장은정 : 2)그렇다면 작가를 촬영하는 화보의 경우로 넘어가보자. ‘완전히 새로운 포맷’이라고 스스로 소개하는 것을 보고 설득이 안됐다. 패션잡지에서 작가들을 대상으로 화보를 촬영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이유수 : 패션잡지에서 작가를 촬영할 경우 그들은 작가를 단지 모델로 삼는다. 그러나 우리는 작가를 자신이 쓴 작품 속의 주인공으로 설정했다.
장은정 : 사실 나는 그걸 모티프의 보도자료를 보면서야 깨달았다. 
이유수 : 굳이 그 차이를 부각하진 않았다.
장은정 : 왜? 그게 잘 전달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유수 : 의도를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설득보다는 매혹이 우선 되었으면 했다.
장은정 : 물론 기존 문예지와 나란히 두면 모티프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지만, 기존의 패션잡지와 섞어 놓았을 때에도 독자가 선택하게 만드는 ‘다른’ 매혹이 있다고 보나?
이유수 : 그건 독자가 판단할 일이다.
장은정 : 적어도 디렉팅을 하는 입장에서는 패션잡지와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나?
이유수 : 기존의 패션잡지의 화보는 상품의 판매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우리는 모델이 될 작가와 작품에 중심이 맞춰져 있다.
장은정 : 역시 그것까진 몰랐다. 
이유수 : 반복하지만, 그건 당신이 사진과 글 중에 글부터 보는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
장은정 : 듣고 보니 디렉팅이 다른 모든 문학잡지와 비교했을 때 모티프에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포지션 같다.
이유수 : 우리는 그 디렉팅이 당신이 하는 비평적 작업과 근본적으로 같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얼마나 설득력을 갖는지는 독자들 각각이 판단할 문제다. 

 

 

 

네 번째 모티프, 김의석

_문학의 손익분기점

 

장은정 : 그래, 일단 알겠다. 그런데 일단 다음 호를 제작할 수 있는 수익은 내야할 텐데, 마케팅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김의석 : 그렇다.

장은정 : 낯빛이 어둡다.

김의석 : 쉽지 않다. 사실 마케팅 부분이 우리에게 가장 큰 좌절감을 느끼게 했다.

장은정 : 왜지?

김의석 : 계획한 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장은정 : 첫 번째 좌절은?

김의석 : 창간호의 가격을 책정할 때다. 더 많은 문학 독자를 만들려고 시작한 일인데, 그것도 사실은 자본력 없이 컨텐츠 내용만으로 승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은정 : 어떤 일을 겪은 건가?

김의석 : 결론부터 말하자면 ‘만원이냐, 만오천이냐’의 고민이었다. 만원이면 더 많은 독자들을 만날 수 있는 대신 원하는 걸 만들 수 없다. 반면, 마음껏 원하는 대로 만들면 그만큼 독자들을 만날 기회도 적어진다.

장은정 : 현타 왔을 것 같다.

김의석 : 살 때랑 팔 때랑 마음이 다르더라.

장은정 : 결국 만오천원으로 책정했을 때, 심정이 착잡했겠다.

김의석 : 그렇다. 더욱 착잡했던 건 그 만오천원도 1쇄를 모두 판매했을 때에만 본전이다.

장은정 : 창간호 1쇄는 다 팔렸나?

김의석 : 70%는 팔았다.

장은정 : 현재는 30% 적자네?

김의석 : 창간호만 만든 게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자.

장은정 : 만오천원이 마지노선이었던 이유는?

김의석 : 제작·인쇄비 오천원, 유통 수수료 오천원, 나머지 남은 오천원으로 촬영도 하고 원고료와 디자인 비용까지 충당해야 한다. 물론 여기서 사무실 월세는 빠져있다.

장은정 : 존경한다.

김의석 : 스파크는 연비라도 좋지.

장은정 : 그런데 이게 첫 번째 좌절이라고? 몇 번째까지 있나?

김의석 : 세어본 적은 없지만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순서를 매겨보겠다.

장은정 : , 그럼 두 번째 좌절.

김의석 : 처음 대형서점에 유통할 때, 문예지 매대가 아니라 패션지 매대에 책을 올리고 싶었다. 그런데 직접 서점에 확인하러 갔을 때 쪼그려 앉아야만 뽑을 수 있는 위치에 모티프가 진열되어 있었다.

장은정 : 독자와의 거리가 실감났을 것 같다.

김의석 : 물리적으로 느껴졌다.

장은정 : 그것을 어떻게 넘으려고 했는가?

김의석 : 대형서점으로는 방법이 안보였다. 그래서 독립서점 뿐 아니라 굳이 서점이 아닌 장소에서도 모티프가 놓여야 할 것 같았다. 소위 ‘편집샵’에 유통하고 싶었다.

장은정 : 성공했나?

김의석 : 쉽지 않았다. 인지도부터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게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장은정 : 과연 희망일까?

김의석 : 인지도와 판매량이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대안이 없는 것 같다.

장은정 : 1년 정도 모티프를 만들면서 실감한 출판 생태계의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김의석 : 말이 길어질 것 같다.

장은정 : 가장 문제가 되는 지점은 무엇인가?

김의석 : 유통과정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다름없다. 대형서점에 책을 납품할 때, 그 조건이 소형 출판사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까다로웠다. 자체 재고 관리 시스템인 scm도 체계적이지 않다. 언제 어디서 책이 팔려 입금이 되는 건지, 어느 매장에는 우리 책이 한 권도 없는데 왜 더 입고 요청이 들어오지 않는 것인지도 의문이 들었다.

장은정 : 공급자로서의 고충이 심한 것 같다.

김의석 : 그렇다. 유통과정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장은정 : 또 뭐가 문제인가?

김의석 : 현장에서 독자가 만나볼 수 있는 책의 종류가 한정적이다. 서점에 들어가면 보이는 매대에는 베스트셀러만이 놓인다. 조명 받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책들이 수없이 많다.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진열되고, 그렇게 관리되지 않은 책들은 손때가 묻어 헌 것이 되거나 도장이 찍히거나, 스티커가 붙어 상품 가치가 없어진 상태로 우리에게 반품된다.

장은정 : 그 손해는 고스란히 출판사의 몫이 되겠다.

김의석 : 정답이다.

장은정 : 만일 딱 한 가지 책을 만드는 조건이 바뀐다면, 자본금 이외에 무엇이 있겠는가?

김의석 : 유통과정의 위탁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 말이 위탁이지, 진열 기간이 끝나서 반품이 들어오면 못 쓰는 책들이 태반이다. 정가의 삼 분의 일이 넘는 수수료가 관행적으로 정해진 비율이라는 설명만 들었다.

장은정 : 그 관행을 누가 정한 건가?

김의석 : 우리도 그걸 물어보고 싶다.

장은정 : 모티프에게 롤 모델이 되는 곳이 있다면?

김의석 :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자생적으로 발행을 이어갈 수 있는 모든 매거진.

장은정 : 그런 곳이 있기는 한가?

김의석 : 사실 찾아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몇 군데나 있을지는 우리도 잘 모르겠다.

장은정 : 인터뷰가 끝나가는 데도 여러분들이 무슨 힘으로 버티는지 모르겠다.

김의석 :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바보인 것 같기도 하고.

장은정 : 이러고도 계속 만들 건가?

김의석 : 솔직히 자신은 없다. 하지만 이왕 시작한 거, 갈 데 까지 가보려 한다.

 

 

에필로그 (모티프)

공전이 만들어진 것은 2017년 12월, 모티프가 창간된 것은 2018년 4월의 일이다. 우리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의 기획회의를 통해 모티프의 문학을 정의했다. 구성원 네 명의 의견은 조금씩 달랐지만, 공통분모는 그 때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소비되는 문학을 만들자.' 소설이, 시가, 문학이, 그리고 그것들을 만들어내는 작가가 세상에 보다 인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문학잡지라는 포지션을 고수해온 것도 동일하다. '이런 것도 문학이에요.'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책을 만드는 일도, 여러명이 무언가를 기획해내는 일도 처음이었기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세상에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배웠다.

 

장은정 평론가의 모티프에 대한 첫인상처럼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배척당하거나 반려당했다. 우리도 딱히 그들이 말하는 문학의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려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위의 인터뷰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애초에 우리가 타겟팅했던 이들은 이미 '본인들의 문학'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본 대담을 통해 우리의 그러한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은 방향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계속 나아가도 된다'는 확신을 얻기도 했다. 이것이 이번 인터뷰-비평에서의 가장 큰 성과였다.

 

우리는 모티프를 만들기 시작한 뒤로 언제나 불확신과 불안함을 기저에 두고 나아갔다. 스스로의 활동을 단순히 '미래의 누군가에게 더 나은 과거'라 지칭했던 것도 이러한 불안정함에서 기인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딛고 있는 것이 곧 무너질 모래성 따위가 아니라고 믿는다. 모티프의 뜻처럼 우리의 행보가 문학에서 절대 생략될 수 없는 역사의 한 꼭짓점으로 남기를 기원하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우리는 문학을 한 문장으로 정의내리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온전히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싶다. 모티프는 그저 '문학'이라는, 조금 멀게 느껴지는 세계와 독자를 이어줄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다. 오늘의 이 인터뷰-비평이라는 이름을 가진 새로운 방식의 비평도, 우리가 문학을 말하는 방식처럼 일상적이고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공전은 세상과 가까운 문학을 꿈꿉니다."

 

 

(2019년 5월, 모티프 3호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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