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개인전, 〔관사적 관계〕

레인보우큐브 갤러리(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91-27)

2019. 10. 11 ~ 10. 20

 

안부 작가의 작업에서 주된 대상은 ‘아버지’이다. 내가 안부 작가의 작업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남성이 남성을 대할 때 가부장제의 재생산에 기여하지 않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작업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들에서 작가는 유의미한 성취를 내놓기도, 때론 나이브한 전략에 그치기도 하면서, 그 가능성과 한계가 뒤섞인 결과물을 내 놓았다. 우리는 안부 작가의 이번 전시를 통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사유할 수 있다. 남성창작자는 페미니즘적 작업을 할 수 있을까? 이때의 페미니즘적 작업이란 어떻게 정의되어야 할까? 남성과 남성 간의 차이를 페미니즘적으로 사유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런 고민 속에서 흥미롭게 작업을 지켜보던 도중 전시의 서문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었다. 평소 전시를 다니는 입장에서 어떤 전시 서문들 중엔 의아한 경우가 많았다. 작품 해석 자체에 동의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았지만, 어느 정도 해석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그 해석의 가능성을 지나치게 차단하는 경우도 답답했다. 비평은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 창작자와 향유자 사이에 어떤 비평적 개입을 해야할까? 전시 서문을 쓸 기회가 생겨서 더욱 이 문제를 곱씹게 되었고, 일반적인 서문 형식을 버리고 지령과 질문을 서른 개 정도 작성하여 ‘매뉴얼-비평’을 작성했다. 이 생소한 형태를 택한 것은 안부 작가의 작업이 갖는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다.

 

안부 작가는 회화와 사진, 비디오 작업을 넘나들면서 본인의 문제의식을 중첩시켜 나간다. 하나의 장르에 한 가지 작품이 귀속되지 않는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영상으로 찍고, 그 영상에 자막을 입힐 때는 유투브 브이로그의 형식을 차용한다. 그렇게 완성된 그림을 전시할 때의 맥락에 의해 관객은 단지 ‘회화 그 자체’라는 전통적 접근 방식으로 그림을 감상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인스타그램 해시태그가 작동하는 방식을 차용하는 사진 찍기 방식을 택하되 그 사진을 인쇄하고 전시할 때는 전통적인 사진전이 갖는 형식을 차용할 때, 사진전에서 ‘사진을 본다’고 여기던 행위는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을 보는’ 행위와 구분되는 간극 자체를 작업의 한 요소로 다룬다. 

 

이 같은 장르적 중첩성은 하나의 작품이 단 하나의 장르 문법에 완전히 포섭되지 않고 작가의 문제의식에 맞춰 여러 장르와 매체들이 ‘활용’되는 수행성을 지닌다. 즉 안부 작가의 작품에서 아버지가 어떻게 다뤄지는지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그가 여러 장르들이 갖는 차이를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비평 역시 그 간극을 경험하게 만들어야하지 않을까? 안부 작가가 여러 장르들의 특수성을 하나의 작업 대상으로 삼았듯, 비평 역시 작품과 관객 사이에 성립하는 여러 구분들 자체를 비평해야 하지 않을까? “매뉴얼-비평”은 안부 작가의 작업에 대한 나의 첫번째 비평적 응답이다. 

 

 

매뉴얼-비평

*전시를 함께 즐기는 매뉴얼과 질문을 제공합니다.
*동행이 있다면 아래의 질문들을 함께 이야기 나눠보세요.

A관 (1~7번 작품)
1. A관으로 입장하여 7번부터 오른쪽으로 돌아 3번, 4번, 5번, 6번 순서로 관람한다.
2. 인스타그램에 접속하여 #ootd 해시태그를 검색어로 넣는다. 검색되어 나온 사진들과 3번~7번 작품들을 비교해본다. 비슷한 점은 무엇이고, 다른 점은 무엇일까?
3. 피사체가 들고 있는 물건이 있는지, 그 물건이 무엇인지 기억해둔다.
4. 7번 작품 오른편의 작은 a방으로 들어가서 1번 작품을 관람한 후, 3~7번까지의 작품과 1번이 어떤 점이 다른지 비교해본다.
5. 피사체가 왜 어떤 물건들을 손에 쥐고 있었는지, 2번 작품에서 그 맥락을 찾아본다.
6. 2번 작품은 왜 ‘원고지’에 ‘손글씨’로 작성되었을까?
7. 3~7번 피사체 코디에서 일관적으로 나타나는 색 계열이 있는가? 어떤 색 계열의 선호도가 나타나는가?

B관 (8~10번 작품)
8. B관으로 이동하여 8~10번 작품을 관람한다.
9. 셋 중 어느 그림이 가장 좋은가?
10. 그 이유는 무엇인가?
11. 셋 중 어느 그림이 가장 ‘잘 그린’ 그림이라고 생각 하는가?
12. 9번 질문과 11번 질문에 대한 답변이 일치했는가?
13. 만일 불일치했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그림과 ‘잘 그린’ 그림의 기준은 어떻게 다른가?

C관 (11번 작품)
14. C방으로 이동하여 영상을 관람한다.
15. 안부 작가에게 그림을 가르쳐주는 세 명의 선생님들은 안부에게 무엇을 가르치려고 하는가?
16. 세 명은 모두 같은 것을 가르치는가? 만약 다른 것을 가르친다면 어떤 차이가 있는가?
17. 그림을 배워서 그리는 과정을 비디오로 찍어서 보는 것이 당신에게 재밌었는가? 재미가 없었다면 왜 재미가 없었는지, 재밌었다면 어떤 지점이 재밌었는가?
18. 안부 작가가 아버지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그림을 배우는 과정을 우리가 함께 관람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9. tmi와 11번 작품의 차이는 무엇일까?
20. 무엇보다, 안부 작가는 ‘굳이 왜’ 그림 그리기를 배우려고 하는 것일까?

D관 (12번 작품)
21. D관으로 이동하여 12번 영상을 관람한다.
22. 안부 작가는 왜 아버지를 그리는 것일까?
23. 아버지를 그리는 과정에서 비디오에 찍힌 모습과 다르게 그린 점은 무엇이며, 다르게 변화하는 과정에서 우리에게 새롭게 보이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24. 그림을 그리는 도중 나누는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에서 당신에게 인상 깊었던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B관 (8~10번 작품)
25. B관으로 ‘다시’ 이동하여 8~10번 그림을 ‘다시’ 관람한다.
26. 영상들을 관람한 후에 이 그림들이 다르게 보인 지점이 있는가? 만약 있다면 왜 다르게 보였을까?
27. 그림이 제작된 모든 과정을 보고 나서 세 그림 중 가장 좋은 그림이라고 생각하는 그림은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나가며
28. 만약 안부 작가가 여성이었다면 이 전시에서 결정적으로 달라졌을 요소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29. 검색창에 ‘관사’를 검색하여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고, 이 전시 제목이 왜 ‘관사적 관계’인지 추측해본다.
30. 만일 당신이 이 전시의 제목을 짓는다면 뭐라고 지을 것인가? 그렇게 제목을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령 및 질문 작성자_ 장은정(비평가)
창작자와 향유자 사이에 비평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트위터 @and_so_0n

 

매뉴얼_비평.pdf
0.05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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